저녁 시간 즈음.

카페를 퇴근한 수현은 집이 있는 언덕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가면서, 어제 맞선을 본 남자에게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이번엔 다행히도 그가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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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그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사과를 할 생각으로 말문을 열었다.

"성철 씨! 저예요. 어제 그 일은 만나서 제가 다 설명할게요. 우리, 다시 만나요."

하지만 남자는 더 이상 만남을 이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됐어요. 그렇게 가버리시곤 연락 한 통도 없고, 결혼이 애들 장난입니까?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이 말하려고 전화 받은 겁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뚝ㅡ

잔뜩 화가 난 듯한 남자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저기.........."

수현은 휴대폰을 귀에 댄 체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낮은 한숨과 함께 휴대폰이 아래로 떨궈졌다.

정말이지, 수십, 수백 번 고민했던 결혼이었는데.

어렵게 결정했던 선택마저 이렇게 무색해져 버리다니, 여린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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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야심차게 시작해 보려던 사업이 망하고 떠안게 된 빚.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는 아빠까지 해서, 온가족이 힘을 합쳐 사채 이자를 내가며 먹고 살고 있지만, 그것마저 점점 벅찼다.

이자를 못 내면 유일하게 숨통을 트여 주던 이 집의 보증금마저 빼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다 정말 길거리에 나앉겠네......."

수현은 가방끈을 쥐며 다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라, 한수현 씨 아니야."

집 대문 앞에 막 다다랐을 때. 다소 험악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옆에 다른 남자 한 명과 함께 다가왔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그새 다른 데로 튀었나 했잖아."

그를 본 수현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

집에 아무도 없어 빈집을 기웃거리던 모양이었다.

스르르ㅡ

검은색의 고급차가 언덕길을 올라오다 수현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멈췄다.

차창 너머로 수현을 지켜본 유한이 룸미러를 보며 말했다.

"분위기가 딱 사채업자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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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차 시트에 기대어 앉은 채 하균이 감정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흐음."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한은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네가 그렇게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찾던 여자는.... 네 바램대로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네."

나지막한 유한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입술에 굳은 의지를 담듯, 하균은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저 여자가 잘 살고 있었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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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답이 유한이 두 눈을 감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하겠다고."